
노자산의 대흥란은 이식 불가능, 이대로 이식하면 실패 확실
-멸종위기 야생생물 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석학들 경고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주관하고 (사)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파타고니아,네이처링,네셔널트러스러가 후원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지난 10일 거제도시재생이음센터에서 개최하였다.
거제 노자산의 백만평 원시림을 베어내고골프장을 짓기 위해 2024년 6월부터 2년간 진행되고 있는 대흥란의 이식 가능성 실험에 대해 실패가 확실하며, 애초에 시작되어선 안되는 실험이라는 해외 석학들의 경고가 나왔다. 2026년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경남 거제에서열린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 국내 50여명의 참가자를 비롯한해외 석학들의 발표에서였다.
거제 노자산은 전세계에서도 단일 군락으로 가장 많은 (1000촉 이상) 대흥란이 서식하고 있으며, 생태자연도 1등급의 숲이 전체 사업 부지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원시림이다. 이런 노자산의 원시림을 없애고 골프장을 지으려는 사업자 및 거제시청에 대해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이식이 가능한지 여부를 2년 동안 실험한 후, 이식이 가능하다면 대흥란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후 골프장을 지어도 좋다 라는 허가를2024년 6월에 내어준 바 있다.
그 동안 국내 전문가들이 <대흥란은 이식 불가능하다>라는 경고를 수없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이런 결정을 했고, 이번엔 국제 전문가들이 나선 것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사가 대학교의 유키 오구라 교수는 대흥란에 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다. 대흥란을 비롯한 보춘화속(屬) 난초들과 함께 살아가는 균류를 연구한 유키 오구라 교수는 대흥란이 이식 불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식물들은 혼자 살아가지 않습니다. 육상 식물의 약 80%는 토양 속 균근균(菌根菌, mycorrhizal fungi)과 공생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소라는 영양분을 균근균들에게 주고 균근균으로부터 인과 질소 등의 미세 영양물질을 얻는 공생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식물들은 특이하게도, 균근균으로부터 탄소라는 당분은 물론 미세 영양물질까지 얻는 관계를 맺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않고 땅속 균근균으로부터 모든 영양물질을 얻는 식물들을 균종속영양식물(菌従属栄養植物, Mycoheterotrophic plant)이라고 하는데, 전세계에 현재까지 5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대흥란도 바로 그런 균종속영양식물입니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소라는 영양분이 균근균으로 전해지고, 다시 대흥란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결국 나무와 균근균과 대흥란은 함께 살아가는 삼자공생관계(三者共生關係)를 맺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주변의 나무와 균근균에게 의존하는 대흥란이 원래 서식지에서 이식되면, 삼자공생관계가 단절되어버리기 때문에, 대흥란은 절대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흥란은 땅속줄기(Rhizome)에 영양분을 저장한 채로 살아가기 때문에, 옮겨심은 후 2~3년은 그 영양분으로 버팁니다. 그러니, 옮겨심은 후 2~3년 동안은 꽃을 피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 대흥란의 이식이 성공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흥란의 이식 가능성 실험을 2년간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과학적 실험입니다.”
그렇다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 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이식 사업에 대해 어떤 지침을 주고 있을까? 이번 세미나에는 프랑스 출신의 중국 난징대학교 교수이며, IUCN 종보존위원회 양서류 분과위원장인 아마엘 보르지 교수도 참가하여 이에 대해 발표했다. 아마엘 교수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토지개발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이식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식한 야생생물들의 대부분은 이식 후 거의 다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IUCN은 야생생물의 이식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권고 지침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이식이 권고되는 경우는 (1) 이식 말고는 그 생물종을 보존할 수단이 없을 때, (2) 이식 전후의 충분한 시간 동안 연구를 통해 이식의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이식 대상지의 생태계에 대한 영향도 적다는 것이 증명될 때, (3) 이식 이전의 연구는 물론 이식 이후 장기간 동안 모니터링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원이 확보될 때입니다. 그러니, 여기 노자산 대흥란의 이식처럼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이식은 결코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이미 원 서식지에서 보존이 잘 되고 있을 경우엔, 원 서식지 보존 (in-situ conservation)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한편 거제도롱뇽(학명: Hynobius geojeensis)은 전세계에서 거제도의 중남부에만 살고 있기에 서식지가 매우 좁아서 멸종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IUCN은 이미 거제도롱뇽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거제도롱뇽이 법적으로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니,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더욱이 거제도롱뇽의 핵심 서식지인 노자산이 골프장으로 파괴된다는 것은 거제도롱뇽의 멸종에 큰 위협이 됩니다. 그런데도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거제도롱뇽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가 거제도롱뇽을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보호 대책을 수립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노자산 현장까지 방문한 이들 연구자들은 노자산이 너무 아름답다며, 자신들의 발표가 노자산 생태계의 보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