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엉터리 환경평가 수사의뢰까지 하고는 사업은 그대로 진행?

  • 관리자
  • 2023-05-23
  • Hit : 230

관련링크

한겨레

 

경남 거제시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한 이후라서 이를 취소할 수 없다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판단이 나왔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등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노자산을 찾는 사람들, 율포만어업인대책위원회 등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들머리에서 집회를 열어 “거짓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라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이다.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동건설은 2017년부터 경남 거제시 남부면 노자산 일대 369만여㎡(바다 39만여㎡ 포함)에 27홀 골프장과 숙박시설·워터파크 등을 갖춘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 완공 목표로, 사업비는 4277억원이다. 이처럼 대규모 개발계획을 실행하려면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2019년 5월 이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면서, 경남도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지정을 고시했다.

 

 

그런데 2013년 부실하게 작성된 ‘생태·자연도’가 전략영향평가서에 그대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2020년 드러났다. ‘생태·자연도’는 환경부 국립생태원이 5년마다 작성하는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사업예정지는 울창한 난온대 산림지역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173만여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긴꼬리딱새, 거제외줄달팽이, 대흥란 등 법정 보호종 50여종이 삶터를 잃게 된다. 그러나 부실한 ‘생태·자연도’에 따라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조사업체가 멸종위기종이 나타나는 시기를 피해서 조사했거나, 아예 조사하지 않고 ‘생태·자연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조작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동건설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한 업체를 2020년 6월 부산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이 업체는 폐업했고, 업체대표는 지난해 1월 기소돼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태원도 2020년 9월 ‘생태·자연도 일부 수정·보완’ 고시를 했다.

 

 

그러나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아무런 문제 없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자연·생태도 고시’에 2019년 11월15일부터 “고시일 이전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 등(준비서 포함)은 종전의 고시에 따른다”는 부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신뢰성 확보 및 행정계획수립 기관의 행정 연속성·형평성 등을 고려해 부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019년 11월15일 이전에 제출됐기 때문에 엉터리로 드러났더라도 그 당시 ‘생태·자연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담당자는 “재판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불법이 드러나더라도 협의를 중단하거나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업시행자가 경남도를 거쳐 보완서를 제출하면 ‘적정한 시기에 현장조사를 하라’는 조건부 의견을 붙여서 협의할 방침이다. 적정한 시기는 팔색조·거제외줄달팽이·대흥란 등이 나오는 5~7월이 될 곳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엉터리 작성했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이 사업의 출발 자체가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거짓 작성한 개발계획을 인정하고 협의해준다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불법에 가담하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거짓을 알면서도 협의해준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